아파트

등록일 2013/12/18 | 글쓴이 하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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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갈등 넘어 맑은 아파트 향한 힘겨운 전진

- 중계 주공 2단지, 소송전 이어 관리규약 개정 놓고 또 충돌

2011년 8월 노원의 지역신문에 중계2단지 도장공사 비리의혹이 보도되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그 당시의 문제가 꼬리를 이어 계속 되고 있다. 아파트 주민, 주민대표, 아파트 관리사무소, 위탁관리업체 사이의 복잡한 갈등은 노원구청과 서울시 심지어 법원까지 개입했지만,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한걸음 전진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중계2단지는 잘 보여주고 있다.

중계주공2단지(중계4동)에는 10개동 총1,800세대가 살고 있다. 2005년에도 비리문제가 터졌던 중계2단지에 다시 문제가 터진 것은 2011년 4월이었다.

2011년 4월 도장공사 입찰이 있었다. 그러자 입주민들이 ‘입찰 비리’의혹을 제기하며, ‘우리 아파트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는 이름의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대책위원회에서는 인근 아파트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입찰가격’을 문제 삼았다 (당시 조사한 단가 비교 도표 참조). 대책위원회는 노원구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노원구청은 관리업체인 동우개발에 입찰가 재작성을 권고했다. 그러나 동우개발은 재작성 없이 계약대로 도장공사를 진행했다.

아파트도장공사비교표

2배 이상 높은 공사 입찰 강행

2011년 7월 입주자대표회의(10기)는 동우개발에 관리업무를 재위탁하기로 의결했다. 이에 반발하여 주민의 10%가 넘는 213세대가 ‘주택관리업체교체요구서’를 제출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를 무시했다. 주민들은 노원구청에 민원을 제기했고, 노원구청은 주택법 시행령 위반이라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2011.8.14 방송된 <MBC시사매거진2580> 영상에도 이 아파트 사례가 중간에 언급되었다. http://www.youtube.com/watch?v=734xfT37cEk (14분)

그러자 9월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명경쟁입찰방식’으로 동우개발에 재위탁(위수탁 기간 2011.9.5.~2014.9.4.)하는 것으로 결의했다. 입주민들은 노원구청의 시정명령을 회피하기 위하여, 마치 5개 업체가 경쟁하는 것처럼 꾸민 것이 지명경쟁입찰이라고 간주했다. 비리의혹 및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같은 관리업체에게 계속 위탁해온 것은 입주자대표회의(총8명)였다. 그런데 입주자 대표회의에 동우개발 직원이 있었다. 게다가 입주자대표들이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 입주민들은 ‘관리업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2012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제기했고, 2월3일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서울북부지방법원 제1민사부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주장 중 ‘관리규약 제43조 제1항을 근거로, 입주자대표회의가 공개경쟁입찰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명경쟁입찰 방식으로 관리업자를 선정한 것이 문제’라는 점을 인정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입주자대표회의를 새로 구성하고, 새로운 관리업체 선정을 공개경쟁 입찰로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여전히 관리업자는 동우개발이고, 위수탁기간도 2012.5.1~2015.4.30로 변경되어 있다.

2013년 4월1일자로 11기 입주자대표회의가 새로 선출되었다. 그런데 대표선출과정의 적법성을 놓고, 선거무효소송이 제기되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 사이에 폭행 및 형사고발 사건까지 생겼다. 우여곡절 끝에 현재는 임시 회장 체제로 입주자 대표회의가 구성되어 있다. 다툼은 이어졌지만, 제기되었던 문제들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옥상방수, 도색, 배관 등에서 과다한 비용이 지불되었어요. 부당이득을 취한 사람들이 이를 반환해야 합니다. 장기수선충당금 적립도 이해할 수 없게 적은 상태입니다. 선거관리 및 대표회의를 법대로만 해도 많은 문제가 풀릴 것입니다.” 중계2단지 입주민들의 바램이다.

이와같은 아파트 비리문제가 도처에서 끊이지 않자, 서울시에서는 ‘아파트 관리혁신방안’을 만들고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을 개정해 아파트 회계처리 기준을 표준화했다. 그러나 아파트 비리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만들어진 서울시의 공동주택관리 규약 준칙을 두고, 또 중계2단지에서는 갈등이 시작되고 있다. 2013년 8월 서울시의 표준규약을 일부 입주자대표들이 여러 군데 자의적으로 수정하려 하자, 이에 반발한 입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하였다. 주민투표에 부칠 새로운 관리규약안은 11월말에도 여전히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

본질은 공익과 사익의 충돌, 현상은 주민 사이의 다툼

이처럼 복잡한 갈등이 계속되고, 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현상이 생긴 것은 우선 입주민대표회에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입주민 대표로 공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 출마했고, 이를 개선하려는 대표가 선출될 경우 내부 갈등으로 번졌다. 본질은 공익과 사익의 충돌인데, 현상은 주민들 사이의 다툼으로 나타나는 게 문제를 풀기 어렵게 만드는 큰 이유이다.

맑은 아파트로 만드는 첫걸음은 입주민 대표를 공정한 선거로 선출하고, 주민의 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앞장서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낡은 관행과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낡은 관행을 그냥 두면, 결국 주민들의 피해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중계2단지의 경우, 2008년 수선유지비가 1가구 당 월15,260원이 나왔지만, 문제제기 이후인 2013년에는 50% 이상 줄어든 1가구 당 월6,670원이 나오고 있다.

낡은 관행을 깨는 것이 자칫하면 주민들 사이의 갈등으로 번지기에, 그 개선과정은 지혜로울 필요도 있다. 최근 맑은 아파트문화를 만들기 위해 아파트 관리에 관한 모든 것을 인터넷 카페에 올리는 아파트, 아파트 내에 주민들의 공동체 모임(북카페 등)을 만들어 주민들 사이의 협력과 소통을 강화하는 아파트 등 다양한 모범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중계2단지에서 최근 만든 인터넷 카페(http://top.cafe.daum.net/TATE)도 그런 노력의 일종이다. 전문가들은 아파트 비리는 ‘모든 것을 공개하는 원칙’만 지켜도 거의 해결되어 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중계주공2단지 주민들은 낡은 관행의 틀과 수없이 충돌해 왔다. 기대만큼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변해오고 있다. 주변의 도움과 더불어 주민 스스로의 소통 역량 강화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은 아직도 가득하다. 최근 임시회장 체제를 넘어 새로운 대표회의 임원선거가 공고되었다. 이번에는 주민들의 입장에 서서 일하는 대표회의로 한발 다가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나우온 Ⓒ 하영권 기자 soopul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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