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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4/06/05 | 글쓴이 tkwk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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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지방선거 하루 전날인 6월 3일. 홍대 입구 9번 출구 앞에서 유가족들을 대신해 동화작가 몇 명이 세월호 진상규명에 대한 서명을 받고 있었다. 이날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49일째 되는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명에 동참해준 시민들보다 외면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봉사하는 입장에서도 섭섭하고 가슴 아픈데 실제 유가족들은 어떨까 생각하니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원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외면하며 지나치던 그들은 특별히 모질거나 인정머리 없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렇게 행동하도록 했을까? 생각하니 마음 한 견이 싸했다.

아침부터 부슬부슬 내리던 비가 원통한 영혼들의 흐느낌처럼 세상을 적시던 그 날 16명의 실종자를 기다리고 있는 팽목항에서는 유가족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49재가 강행됐다. 실종자 가족들에 대한 배려보다는 어떻게든 이 사건을 서둘러 종결시키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조처라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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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잠수사의 사망사고가 유가족들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인터넷상에서는 실종자 수색을 중단하고 인제 그만 배를 인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종자 수색을 계속하는 것은 마치 잠수사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 가족들의 이기적인 요구인 것처럼 비약된 지 오래다.

여기에서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수색을 중단하고 인양작업을 한다고 해서 잠수사들의 위험부담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거다. 배 인양작업엔 더 큰 위험부담이 기다리고 있다.

즉 잠수사들이 위험에 빠지고 사망에 이르는 것은 실종자 가족들의 고집 때문이 아니라 당국의 안전관리 부실에 있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가 사건이 되어가는 과정이 그랬듯이 정부는 사후 처리에서조차 조금도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구조자 0명이라는 예상치 못했던 상황을 현실로 만들어버린 정부가 이제 남은 실종자마저 포기하라고 여론몰이하며 무언의 압력을 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실종자 수색이 정부 의지가 아닌 가족들의 의지가 되어버린 지금. 실종자 가족들의 하루하루는 힘겨운 버티기가 될 수밖에 없다.

시신을 찾아 장례를 치른 유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앞두고 여야 지도부의 합의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촉구해야 하는 몫이 남아 있다. 구조부터 진실 규명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인 유족들과 실종자 가족이 직접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은 언제 끝날지 기약조차 없다.

지방선거 이슈와 왜곡된 여론에 밀려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지는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면서 아직 제대로 수습되거나 밝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우리는 이렇게 무관심해도 되는가 돌아보게 되었다.

그 뒤에 연이어 터진 각종 안전사고는 그것이 단지 지독히도 운이 없었던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반복해서 일깨워 주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익숙한 방법으로 사고를 처리하고 묻어버리는 데 무감각하다. 그건 마치 물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도 해경이 도착했다는 사실만으로 가만히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던 세월호 희생자들의 믿음과 비슷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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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구조해 줄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의지는 우리의 믿음과 비례하지 않는다는 걸 우리는 세월호 사건을 통해 똑똑히 보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움직여야 한다. 세월호 진상규명이 단지 유가족들과 실종자 가족만의 문제가 되어선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세월호 진상 규명은 믿음에 비례해 국민이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지난 50일간 가슴에 달았던 노란 리본의 슬로건처럼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은 ‘안전국가’ 라는 큰 기적을 이룰 작은 움직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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